TOP
닫기

보편화 어려운 커피맛, 커피를 소개하는 언어의 중요성

비즈니스 스터디

보편화 어려운 커피맛, 커피를 소개하는 언어의 중요성 공감대를 형성하는 센서리 표현
“이 커피에서 이런 맛이 난다고?” 커피와 함께 제공된 원두 카드를 보며 한 고객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커피 관련 여러 기업과 기관에서는 각자가 고안한 커피 플레이버 휠을 내놓고, 커피 전문가들은 같은 커피를 맛 보고도 의견을 조율하는 칼리브레이션을 진행한다. 이처럼 커피 맛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표현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2df0d11940769510e5170430e16e3e3f_1672723482_9148.png


동남아시아 버전 플레이버 휠의 등장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커피생산국을 대표하는 아세안커피연합A S E A N Coffee Federation, ACF이 자체적인 플레이버 휠을 고안했다. 바로 ‘아세안 플레이버 스피어ASEAN Flavor Sphere’다. 이는 전 세계 커피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스 페셜티커피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 SCA에서 제작한 ‘커피 테이스터스 플레이버 휠Coffee Taster’s Flavor Wheel’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결과물이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아세안 플레이버 스피어는 ‘지역성’에 특히 초점을 둔다는 것. ACF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전 세계 커피산업 내 동남아시아 커피의 포용성을 촉진하는데 목표를 두고 설계된 것이다. ACF의 대표 빅터 마Victor Mah는 “동남아시아 커피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33%를 차지하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세안은 커피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 을 맡고 있기에 고유한 플레이버 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며 출시 목적을 설명했다.

아세안 플레이버 스피어는 ACF의 공식 교육 기관인 ‘아세안커피기관ASE- AN Coffee Institute, ACI’에 의해 개발됐다. ACI는 동남아시아 커피의 로스팅, 분쇄, 등급 및 커핑에 대한 아세안 표준을 정립하고자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의 큐그레이더와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휠을 살펴보면 먼저 크게 아홉 개의 기본 플레이버 카테고리가 있으며 그 중 일부는 하위 카테고리가 형성돼있다.그외 4개 에서 12개에 이르는 컵노트들은 지역별 플레이버를 대변하는 것으로, 동남아시아 커피의 플레이버는 프루티Fruity 계열에 주로 집중돼 있다. 한편 ACF 버전의 플레이버 휠에는 생소한 용어가 다수 등장한다. ‘치코 Chico’, ‘푸루메리아Frangipani’, ‘가시여지Soursop’, ‘낭카Nangka’ 등 검색을 해봐도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운 것들이다.

나라마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센서리

SCA의 플레이버 휠은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 할 수 있는 커피 언어를 만들기위해 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아세안 플레이버 스피어를 비롯해 새로운 버전의 플레이버휠이 계속 등장하고 각기 다른 언어가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결국 그만큼 커피 센서리가 보편화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많은 사람이 그 이유로 나라마다 식재료의 특성, 식문화 등이 상이하다는 점을 꼽는다. 독일, 호주 등 해외 커피 브랜드의 원두를 소개하는 <커퍼시티> 변상헌 대표는 “해당 브랜드들이 커피를 소개하는 내용을 보면 낯선 단어가 등장할 때가 많다. ‘복숭아 코블러Peach Cobbler’ 같은 것들이다. 혹은 아는 단어인데 그 맛에 대한 기준이 다른 경우도 부지기수다. 대표적으로 딸기가 그렇다. 외국의 딸기와 한국의 딸기는 맛이 전혀 다르다. 외국 딸기는 새콤한 것 외에 특별한 맛을 지니지 않는데, 한국 딸기는 달큼하고 향긋하다. 그래서 고객에게 딸기 노트를 지닌 커피를 소개 할 땐 ‘그런 맛까지는 기대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같은 단어도 나라마다 다르게 받아들이 는 경향이 존재하기에 사람들은 각자의 환경에 적합한 플레이버휠을 찾는 셈이다. 한편 한 나라 안에서도 개개인의 경험이나 센서리 훈련 정도에 따라 같은 커피를 다르게 느끼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변 대표는 “복숭아, 사과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 과일들을 먹어본 적이 없는 직원도 있다. 커피에서 청사과 같은 맛이 난다고 하면 그 친구는 공감 할 수 없으니 대체할 만한 단어를 찾으려 하고, 가능하면 농작물 자체의 장점에 대해 말하는 편이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해

그럼에도 물론 SCA 플레이버 휠처럼 보편화에 힘쓰는 움직임은 필요하다. 컵오브엑셀런스Cup of Excellence 와 같은 자리에서는 체계적인 센서리 훈련을 거친 전문 가들이 의견 합치를 이뤄야 하기 때문. 그러나 소비자에게 커피를 소개할 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센서리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소비자는 전문가가 말하는 컵노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자신이 느끼는 커피 맛과 컵노트가 일치하지 않을 때의 경험은 커피를 어려운 음료로 각인시키며 누군가는 ‘내 미각에 문제가 있나?’와 같은 사고를 가지기도 한다. 고객의 시선에 맞춘 설명이 뒤따르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뜻이다. 커퍼시티처럼 해외 커피를 다양하게 소개하는 매장이 많아지고 <더반 베를린>, <에이프릴커 피>, <보난자커피> 등 유수의 해외 브랜드가 국내에 진 출하며 주목받는 지금, 커피를 소개하는 언어는 더욱 신중히 선택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신은 이 커피를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월간커피
사진  월간커피

추천(0) 비추천(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