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닫기

화제의 핑크 버번

비즈니스 스터디

화제의 핑크 버번 커피체리 색이 향미에도 영향을 미칠까?
계속해서 등장하는 다양한 가공방식들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워시드, 내추럴 등 가공법의 명칭만이 간단하게 거론됐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사용한 효모의 종류, 발효 시간, 과일 혹은 향신료의 첨가 여부 등과 같은 상세한 정보를 요구하는 시대다. 커피품종에 대한 관심도 마찬가지다
근 품종의 식물학적 특징, 개발 배경, 기후변화 대응 가능 여부 등 원론적인 내용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키마커피Qima Coffee’는 예멘 품종 그룹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며 화제가 됐다.[1]

​ 생두 크기나 모양, 커피열매의 색, 잎의 색과 같은 외형이 다르면 품종도, 향미 품질도 다를 것이라고 여겨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말 분홍색을 띠는 핑크버번은 실제로 향미가 독특할까? 



커피체리 색의 생화학적 측면

꽃이나 과일, 채소가 지닌 다채로운 색은 세포에 존재하는 색소체 덕분이다. 그중에서 덜 익은 과일이나 잎이 초록색을 띠는 이유는 녹색 색소인 클로로필Chlorophyll 때문이다. 단풍이 들거나 과일이 익어가면서 색이 변하는 이유는 클로로필이 감소하는 반면 빨간색, 주황색, 보라색, 노란색 등을 띠는 카로티노이드Carotenoid와 안토시아닌Anthocyanin​ 색소체 그룹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80b29f76bfb84fbd6cb972c0608bc11d_1663648453_0362.png



화제의 핑크 버번

몇 해 전 느닷없이 등장한 핑크 버번은 분홍빛 체리 색을 내세워 많은 로스터의 눈길을 끌었다. 콜롬비아의 한 농장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이 품종은 레드 버번과 옐로우 버번의 교배종으로 전해지며 과육이 더 많다거나 단맛이 더 높다는 소문도 있다. 이로 인해 한때 국내에서는 게이샤 품종 다음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 그러나 앞서 살펴본 내용에 따르면 핑크 버번의 분홍색은 빨간색과 노란색 체리의 중간형질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핑크 버번의 사진을 다양하게 살펴보면 분홍색보다는 빛바랜 빨간색에 더 가까워 보인다. ​

그럼 분홍색은 어떻게 발현될까?

80b29f76bfb84fbd6cb972c0608bc11d_1663648464_9292.png


아쉽게도 핑크 버번에 대한 자료가 전무해 분홍색의 원리에 대해선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브라질의 초기 옐로우 품종 유전연구와 바로 위에서 다뤘던 색소체 발현 연구 결과로 추측해볼 수 있다. 과일의 색은 색소체들의 성질과 조합, 양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돌연변이로 인해 분홍색을 발현하는 유전자가 만들어졌다기보다는 빨간 색소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량이 더 낮아서 분홍색 또는 주홍색처럼 보일 가능성이 크다.

​ 비슷한 사례인 핑크 토마토의 경우, 성숙기에 노란색 색소를 띠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인 ‘나린제닌 칼콘Naringenin Chalcone’이 합성되지 않아 분홍색으로 보였고[2] 보라색 대신 노르스름한 색을 띠는 가지는 나린제닌 칼콘의 함량이 보라색 가지보다 높았다.[3] ​ 그럼 핑크 버번이 다른 커피보다 당도가 높다거나 향미가 우수하다는 말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일단 핑크 버번에 관한 자료나 유전연구 결과가 거의 없는 관계로 이어지는 내용은 필자의 사견이며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힌다. 사실 시중에 유통되는 핑크 버번은 애초에 버번 품종이 맞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체리의 색상만으로는 향미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첫째,  핑크 버번이 옐로 버번과 레드 버번의 교배종이라면 두 부모의 형질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고로 자손이 갑자기 우수한 형질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다. ​ 둘째, 

커피는 생과로 섭취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색소체의 발현 차이라면 향미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티피카의 변이로 알려진 노란색의 아마멜로 드 보투카투도 체리 색을 제외하고는 레드 티피카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 체리 색상 변화는 브라질과 콜롬비아뿐 아니라 에티오피아에서도 발견되는 흔한 변이 중 하나다.[4] ​ 셋째, 

만약 분홍색 커피체리의 향미가 다른 색의 체리보다 더 좋다면 이는 색상의 변이로 인한 결과라기보다는 색상과 연결되어있는 요인의 변이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

 <파이오니어커피>정다운대표
사진  월간커피DB

추천(0) 비추천(0)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